새벽 3시..
서울<->청주간 버스안에서 2시간을 잤더니, 밤잠이 달아나 버렸나봅니다.
방에 불을 끄고 누워서 스피커 짱짱하게 켜놓고 어저께 다운받았던 영화 "시월애"를 플레이시킵니다.
"안녕하세요? 전 당신이 이사오기 전 이 집에 살던 사람이예요. 1년동안 情도 많이 들었는데…." 직업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성우인 주인공 은주(전지현)가 '일 마레'를 떠나며 자기가 떠난 후 혹시 도착할지도 모를, 애인 지훈의 편지를 받기 위해 남겨놓은 카드의 내용이다.
그런데 우편함에 넣어둔 카드는 시간을 초월하여, 2년전으로 돌아가 건축학도인 성현(이정재)에게 전달된다.
안개가 지면 멀리 섬이 그림속의 점인양 찍혀있고, 햇빛이 찬란한 날에는 사람들조차 풍경에 녹아들고 말 것 같은 곳에 한쪽 다리는 강가에 한쪽 다리는 육지에 걸쳐 있는 아름다운 집 '일 마레'의 우편함.
동화같은 발상을 빌려 시간이동을 통해 낯선 곳의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몹시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하는 감정을 일으켜 세우는 이 신기한 우편함.
"우리가 고통스러운 건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사랑이 계속되기 때문인것 같아요. 사랑이 끝난 후에도..."
"세상에는 감출수 없는게 세가지가 있어요. 기침과 가난과 ... 사랑"
-- 은주의 대사 중에서...
영화 "동감"과 비슷한 컨셉이지만, 동감보다도 더 절제되고 다듬어진 느낌을 받는다.
일 마레의 고독한 풍경과 아름다운 제주도의 산호사 해변도 나로 하여금 이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게한다...
낮에 봤더라면 그 느낌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혹시 안보신분 계시다면 잠이 오지 않는 밤 늦게 조용히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오랫만에 느낌이 좋은 영화를 본것 같네요... ^^
근데.. 이런 생각도 드네요.. 전지현이 아니라 박경림이 주연이었어도 과연 같은 느낌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
전지현.. 이쁘기는 이쁘군요... ^^